스타틴 없이 12주 만에 LDL 222 → 122: 고지혈증 진단 후 내가 바꾼 모든 것
진단받는 날
2026년 7월 17일,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았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222. 고지혈증 판정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단호하셨습니다. LDL이 200을 넘으면 가족력, 즉 유전 때문이고, 운동이나 식습관만으로는 많아봤자 20 정도밖에 못 낮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스타틴을 앞으로 매일, 평생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와서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져봤습니다. 여러 자료에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LDL 200 이상은 유전이고, 생활습관만으로는 안 된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서른여덟에,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 약을 평생 먹으라는 말을 그대로 믿고 따르기엔 찜찜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약을 먹기 전에, 먼저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수치를 다시 재보기로 했습니다. 안 되면 그때 약을 먹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12주 뒤인 10월 8일, 다시 피검사를 했습니다.
| 항목 | 2026/7/17 | 2026/10/8 | 변화 |
|---|---|---|---|
| LDL | 222 | 122 | −100 (−45%) |
| 총 콜레스테롤 | 302 | 206 | −96 |
| HDL | 52 | 61 | +9 |
| 중성지방 | 130 | 117 | −13 |
| 체중 | 75.5kg | 67kg | −8.5kg |
100이나 줄었습니다. "많아봤자 20"이라는 말을 듣고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 숫자는 적어도 제 경우에는 그 말이 맞지 않았다는 뜻이었습니다.
운동: 원래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저는 고지혈증 판정을 받기 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주말을 빼고 매일 30분씩 운동합니다. 10분 스트레칭 + 20분 운동입니다.
월·수·금: Cindy (풀업 5개, 푸쉬업 10개, 스쿼트 15개, 20분간 반복)
화·목: 20분 러닝 (시속 10km)
그런데 그렇게 매일 운동을 하는데도 LDL이 222까지 올라가 있었습니다. 운동을 안 해서 수치가 나빴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과가 더 놀라웠습니다. 운동은 그대로 둔 채 식습관만 바꿨는데 LDL이 100이나 떨어졌으니까요. 제 경우에는 운동이 아니라 식습관이 문제였고, 답도 식습관에 있었습니다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꾸준한 운동도 물론 추천드립니다.
식습관: 제가 바꾼 것들
1. 탄수화물을 대폭 줄였습니다
가장 큰 변화입니다. 원래 매 끼 밥 한 공기 반을 먹었다면, 이제는 매 끼 1/4 공기로 줄였습니다. 밥을 먹더라도 최대한 현미로, 흰밥은 피했습니다. 면도 거의 안 먹었습니다. 한 끼에 먹는 탄수화물은 계란 후라이 하나 크기 정도입니다. 복부 지방을 줄이는 것 또한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2. 단백질 위주로, 양은 줄이고, 야채는 늘렸습니다
식사를 탄수화물 위주에서 단백질 위주로 전부 바꿨습니다. 점심·저녁은 모두 챙겨 먹되 양은 대폭 줄였습니다. 단백질은 주로 닭가슴살, 소고기, 돼지고기. 이것도 평소보다 훨씬 적게 먹었습니다. 대신 야채량을 대폭 늘렸습니다 (특히 브로콜리).
3. 생선을 늘렸습니다
LDL을 낮추는 데 생선, 특히 흰살 생선이 좋다고 해서 생선 섭취를 늘렸습니다. 판정 이후 일주일에 적어도 세 끼는 고등어, 꽁치, 대구, 연어 등을 먹었습니다.
4. 튀김, 라면, 인스턴트: 전부 끊었습니다
튀김은 절대 안 먹었습니다. 여행 가서 한 달에 한 끼 정도 먹은 것이 전부입니다. 라면과 인스턴트 음식도 전부 끊었습니다.
5. 저녁 7시 이후엔 아무것도 안 먹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오후 7시까지 마쳤습니다. 이후에는 간식 포함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바로 양치하고 잘 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습니다.
이것이 의외로 제일 힘들었습니다. 원래 저녁 식사 후 간식을 자주 먹었습니다. 미국에서 프레첼 같은, 설탕이 많이 안 들어간 과자 위주였지만, 그마저도 전부 끊었습니다. 매일 저녁 식사 후 손가락 크기만 한 제로설탕 다크초콜릿 하나씩 먹던 습관도 끊었습니다.
6. 음료는 물과 탄산수만
제로 음료를 많이 마셨는데, 판정 이후 물과 첨가물이 없는 탄산수만 마셨습니다. 제로 음료는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입니다.
7. 아침은 고정 메뉴
아침엔 무조건 그릭 요거트에 베리류 과일(라즈베리/블루베리/블랙베리) + 아보카도 조금. 이것은 12주 내내 같은 메뉴였습니다.
8. 삶은 계란 4개
저녁 식사 2시간 전이나 저녁 식사 직후에 삶은 계란 4개를 먹었습니다. 노른자가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해서 2개는 흰자만 먹었습니다.
몸의 변화
키는 180cm, 판정 당시 체중 75.5kg. 최고 몸무게도 78kg이라 키에 비해 항상 말랐거나 평균 정도였습니다. 단, 비교적 마른 체형에 배만 많이 나온 올챙이 체형이었습니다.
12주 후 체중은 67kg. 복부 지방이 많이 줄면서 배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LDL 관리 겸 시작한 다이어트였는데, 몸도 같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배운 것
첫째, 적어도 제 경우에, LDL 200 이상이 무조건 유전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생활습관만으로 100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둘째, "어렵다"와 "불가능하다"는 다릅니다. 의사 말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평생 약을 먹기로 결정하기 전에, 제가 할 수 있는 걸 먼저 다 해보고 숫자로 확인해볼 가치는 있었습니다.
셋째,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의외로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녁 7시 이후 간식, 밥 한 공기 반, 제로 음료 같은 작은 습관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습관들을 끊는 데는 의지보다 시스템이 도움이 됐습니다. 저녁 먹고 바로 양치하기, 아침 메뉴 고정하기, 같은 식단 반복하기 같은 것들입니다.
꼭 덧붙이고 싶은 말
이 글은 저처럼 고지혈증 판정을 받으신 분들께, 약 복용 없이 노력으로도 LDL 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제 경험담이 살아 있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스타틴 처방이 많은 나라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710만 명이 스타틴을 처방받았고, 고지혈증 진단자 수는 2002년 150만 명에서 2018년 1,160만 명으로 약 8배 늘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검진이 활발해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수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약부터 처방하는 관행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틴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용 전에 먼저 식습관 변경, 특히 탄수화물과 설탕을 대폭 줄여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제 경우에도 간식을 끊은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12주간의 노력으로 LDL 수치를 무려 100이나 낮춘 만큼, LDL 200이 넘는 고지혈증을 무조건 가족력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식습관 변경과 꾸준한 운동으로 경과를 지켜보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다만 반드시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면서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수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설명 없이 바로 약을 처방하는 것은 환자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강조드리지만,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담이지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스타틴은 수많은 사람을 살리는 약이고, 많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약입니다.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끊거나 거부하지 마시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피검사로 숫자를 확인하면서, 의사와 함께 결정하시길 바랍니다.